1995년 여름 Summer In 1995
이놈의 집구석
넌더리가 난다고 했던
주말 오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끝나기만 기다렸다
어머니가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귀를 막았다
그해 여름 어머니는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해서 이룬 게 거의 없었다
슬픈 마음이 안 슬픈 마음이
될 때까지 난 슬플 때마다
슬프다고 말했다
나는 동급생들과
아파트 단지를 뛰어다녔다
자전거를 훔쳐 타고
슬프다 슬펐다 언덕을 오르내렸다
페달을 쉬지 않고 밟았다
옳다고 믿었던 건
옳지 않은 것뿐이었다
슬픈 마음이 안 슬픈 마음이
될 때까지 난 슬플 때마다
슬프다고 말했다
어머니도 한때는 무용수였다
난 종종 무대에서 춤추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머니는 땀을
뻘뻘 흘리며 팔과 다리를 길게 뻗었고
나는 시시한 이야길 지어낸 셈이다
슬픈 마음이 안 슬픈 마음이
될 때까지 난 슬플 때마다
슬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