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월간 윤종신 11월호 - 늦가을

윤종신

옷장을 열어 보았어
몇 벌이 눈에 띄었어
조금 이른 것 같지만 입었어
거울 앞 내 모습은 그때 그 모습

싸늘해서 더 좋았어
골목은 해가 지려해
커피향이 그 때로 날 데려가
쇼윈도우 겨울옷을 바라보던 그 때로

그래 너였어 날 데리고 나온 건
내 주머니 속 내 손을 꼭 잡던
그 해 늦가을의 너 이젠 어디를 걷니
너의 발소리가 그리워

바람을 마셔보았어
가슴도 보고파해서
한결 나아진 가슴은 재촉해
힘든 밤이 오기 전에 돌아 가자고

그래 너였어 날 데리고 나온 건
내 주머니 속 내 손을 꼭 잡던
그 해 늦가을의 너 이젠 어디를 걷니
너의 발소리가 그리워

그래 너였어 가을을 가르쳐준 갈색
그리움이 끝이 없는 밤
다가올 내 겨울을 이제 준비해야 해
밤이 길고 긴 내 겨울을
니가 너무 많은 내 겨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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